주니어 개발자 이직 회고
이직을 결심하기까지
지난 주 퇴사 면담을 끝냈고, 약 2년 3개월 가량의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에서의 개발자 생활이 끝났다.
정말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첫 회사였다.
나는 결과적으로 총 4번의 팀 이동을 했으며 ( 물론 내 자의로 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Golang, Kotlin, Java와 같은 세 개의 언어를 경험했고
작은 프로젝트부터 큰 프로젝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시니어 개발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서 내 의견이 많이 반영된 프로젝트도 있었고,
시니어 개발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따라간 프로젝트도 있었다.
그리고 작년 한 해를 열심히 보내서, 올해는 성과도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마냥 즐겁기만 했던 회사 생활도 회사 내부 사정으로 인해 결국 나는 이직을 선택하게 되었다.
이직을 선택했을 때는 그 이유를 스스로 납득할 수 있었고, 내 이직사유를 묻는 사람들에게도 납득시킬 수 있었다.
왜 이직하세요?
라는 질문에 나의 대답을 하자, 대부분의 면접관분들은 해당 질문을 더 이상 물어보시지 않았다.
그 중 어떤 분은 이야.. 이건 술 마시면서 이야기 해야겠는데요? 하하
라고 하신 분도 계셨다.
즉, 나는 내 이직사유를 그들에게 공감
시키는데 성공했고, 그렇기에 다양한 회사들에서 오퍼를 받을 수 있었다.
이직할 회사를 결정하고 나서는 팀의 리더, 시니어 개발자들과 퇴사 면담을 진행했었다.
리더, 시니어분들은 많이 아쉬워했고 팀 리더님의 경우 안가면 안되겠니?
라는 말씀을 거듭해주셔서 마음이 많이 약해졌었다.
이미 팀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었고 업무도 손에 익어가는 상황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카카오라는 Comfort Zone
을 벗어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해보는게 맞다고 느꼈고, 이번의 이직이 분명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했다.
가보고 아니면 돌아와
라고 말씀해주신 리더님들 덕에 뒷배가 있어서 안심되지만
믿어주신 만큼 새로운 회사에 잘 적응해서 좋은 개발자로 한 단계 더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카카오 엔터프라이즈는 나에게 어떤 회사였나?
카카오 엔터프라이즈가 나에게 좋은 회사였냐고 하면 나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 같다.
신입 시절부터 4번의 강제 팀 이동으로 인해 피로함을 느꼈고 마지막까지 회사에 배려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렇다 결국 대기업은 진리의 팀바팀
이기에 회사가 좋냐 나쁘냐로 구분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계정 개발팀은 어땠냐고 묻는다면 나는 정말 좋은 팀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카카오의 AI Lab부터 분사한 팀원들과 같은 팀이었기에 카카오의 문화를 경험해볼 수 있었고,
주니어부터 시니어까지 정말 이름만 수평이 아닌 정말 수평적인 문화에서 기술에 대해 토론하고, 공부하고, 같이 고민하는 그런 팀이었다.
특히 나는 시니어분들을 잊을 수 없는데, 팀에 정말 뛰어난 시니어분들이 많이 계셔서 좋았다.
덕분에 성장에 목말라있던 나는 여러 시니어분들에게 빨대(?)를 꼽고 무럭무럭 성장할 수 있었다.
정말 따뜻하고 유쾌한 팀원들을 만나서 정말 행복했다.
남들은 회사다니는게 스트레스라던데, 난 지난 2년동안 이 팀에서 스트레스라는걸 거의 받아본 적 없는 것 같다.
개인 지병이 있어서 병원을 갈 때면 “회사에서 스트레스 받으시나요?”라는 질문에 “아뇨?”라고 대답하자 의사 선생님이 놀라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정도로 나에게 계정개발팀에서의 생활은 편안했고 영원히 잊지못할 팀이 될 것 같다.
계정개발팀에서의 아쉬움
계정개발팀은 분명 팀으로썬 좋은 팀이었지만 개발자로써는 아쉬운 점이 많았다.
특히 백엔드 개발자에겐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부분인 트래픽
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B2B여서 유저 수가 많지도 않은데, 계정은 정말 스쳐지나가는 화면이었기에 사실상 트래픽이 없다시피 했다.
트래픽으로 인한 서비스 장애를 경험한 적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은 계정쪽보다는 카카오워크
쪽에 트래픽이 많이 몰려서 이쪽에 더 장애가 많이 났던걸로 기억한다.
그래서 다음 회사는 가급적 B2C
서비스였으면 했고, 내가 많이 쓰는 서비스이며 유의미한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서비스
이길 바랬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가?
다양한 회사들에 지원하였고 최종적으로 총 9개의 회사에 합격했다.
주니어인 나에게 정말 상상도 못한 연봉을 제시한 곳들도 있었고, 1-2년 안에 리더로 키워주겠다는 회사도 있었다.
모두 감사한 제안이었고 하나같이 내가 가고 싶었던 사용자들이 많이 쓰고, 유의미한 트래픽이 많이 발생하는 곳
들이었다.
돈도 명예도 다 좋지만, 그것보다는 나는 내가 정말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 곰곰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가슴이 시키는 것을 따르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곳은 과거 내가 2년전 내가 인턴으로 근무했었던 그리고 최종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했던 네이버 예약
팀으로 가는 것으로 결정하였다.
나는 이 팀에서 2년전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했었고 팀 내부의 상황을 대강 알고 있었다.
네이버 안에서도 굉장히 선진 기술 문화를 갖고 있는 팀으로 기억한다.
프론트의 경우 당시 앵귤러였던 기술 스택을 모조리 리액트로 갈아치우고 있었고, 백엔드에서도 자바에서 코틀린으로 빠르게 전환했던 팀 중 하나였다.
https://d2.naver.com/helloworld/6685007
( 위 글의 저자인 상영님에게 인턴 시절 코틀린에 대해서 이것 저것 여쭤본 적이 있는데 정말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감동받았던 기억이 난다. )
B2C이고 내가 많이 쓰는데다가 트래픽도 많이 발생하니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서비스였다.
사실 네이버 안에도 다양한 팀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예약팀 외에 다른 채용 공고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일단 Glace CIC 자체가 책임리더님을 필두로 기술 스택을 항상 최신화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더 나은 구조와 안정성을 위해 모두가 노력하고 있는 팀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업무로써의 성장을 추구하고 있기에 기술적인 성장을 할 수 있는 업무들이 많았다.
특히 내가 인턴일 때도 진행했던 프로젝트 역시 정말 재미난 프로젝트였고 리더님을 포함해서 대부분 야근하지말라고 했는데 재밌어서 밥먹는 것도 잊을 정도로 프로젝트에 몰두했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지금은 그렇게 하면 안된다.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
미래의 가치보다는 나는 당장 오늘의 내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기로 했다.
마치며
정말로 연봉은 고려하지않았냐라고 물을 수도 있는데, 솔직히 연봉이 이직할 회사를 고르는 우선순위 중 가장 낮았다.
물론 5년, 10년 뒤 미래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 머저리야! 그때 XX를 갔어야지!
라고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직은 20대인 내가 당장 하고 싶어하는 것을 따라가는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스터디하는 스터디원들 말마따나 낭만이 있으시네요
라는 말처럼, 나는 낭만을 찾아가기로 했다.
그러면 이직을 하는 것에 후회가 없냐고 하면 그렇지는 않다.
계정팀과 내가 개발하던 Kakaoi 계정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자식같이 밤낮으로 열심히 개발한 서비스를 포기하는 것과 좋은 팀원분들과 헤어진다는게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내가 떠난다고 했을 때 다들 해리는 어디가서도 잘하실거에요
라고 말씀해주신게 맴돈다.
내가 그들에게 괜찮은 동료로 기억되었기를 바란다.
언젠가 다시 만날 그 날까지
내가 좋은 개발자가 되어 다시 만나는 그 날까지
동료들 모두 다들 아픈 곳 없이 건강하셨으면 좋겠다.